'작가 노트:
이 영화는 허구이며

'누군가가 연상된다면
이는 순전히 우연일 뿐이다'

'특히 너, 제니 벡맨'

'나쁜 년'

'500일의 썸머'

'488일째'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1일째'

뉴저지 주에서 자란
톰 한센이라는 소년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까진
행복할 수 없다고 믿었다

어릴 때부터 우울한
영국 음악에 빠졌고

영화 '졸업'을
잘못 이해했던 탓이다

엘레인!

미시간 주에서 자란
썸머 핀이란 소녀는

그와 달랐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부터

2가지에 집착하게 됐다

첫째는 검은 긴 머리였고

둘째는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느끼는 무덤덤함이었다

톰은 1월 8일
썸머를 만났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운명의 반쪽임을 느꼈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290일째'

너밖에 연락할 곳이 없었어

병이 도진 것 같아

나한테 연락하길 잘했어

지금 어디 있어?

톰!

레이첼?
여긴 웬일이야?

도와주러 왔지

어떻게?

일단 접시부터 내려놔

이거 마셔

- 뭔데?
- 보드카

여기 온 거 엄마도 아셔?
1시 넘었잖아

걱정 마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말해봐

모든 게 순조로웠어
'LA 의류업계 신문'

'이케아 스톡홀롬'

'링고 스타'

그랬는데?

우리 그만 만나자

- 그게 끝이야?
- 응

이유는?

지금 우리가
뭐 하고 있는 걸까?

이게 정상이야?

그런 건 상관없어
난 행복해, 넌 아냐?

- 행복해?
- 아냐?

만날 싸우잖아

말도 안 돼!

기분이 별로 였겠지

그날이었나?

생리전 증후군?

너도 알아?

오빠보단 잘 알지

그 다음엔?

놀랄 거 없어

요즘 우린 꼭
'시드와 낸시' 같잖아

썸머, 시드란 놈은 칼로
자기 여친을 마구 찌른 놈이야

가끔 화를 내긴 했어도
난 그렇게 나쁜 놈은 아냐

아니, 내가 시드라고

그럼 네가 마구 나를 찌른다고?

일단 먹자
그 얘긴 나중에 해

맛있다
여기 오길 잘했어

여기 팬케이크
너무 좋아

왜 그래?

톰, 가지 마!
넌 여전히 좋은 친구야

맙소사

여자 차본 적 있잖아

그래

차여본 적도 있고

- 이건 달라
- 왜?

썸머잖아

더 좋은 여자 만날 거야

넌 괜찮은 놈이니까
빨리 잊어버려

이런 말도 있잖아

세상에 널린 게 여자다

아냐

다들 그러던데

새빨간 거짓말이야

이렇게 끝내긴 싫어

어떻게든 붙잡을 거야

'1일째'
안전성에 급급해선

안 돼요

새로운 기념일을 만들어

핵가족 사회의
종말을 알려야죠

'뉴 햄프셔 카드'
5월 21일

'또 다른 어머니 날'

또 다른 어머니 날이죠

감사합니다

잠재력이 느껴지는군

어떤가, 톰?

샘플을 만들어 보겠나?

사장님
3번 전화 받으세요

고맙네

이쪽은 새로 온 비서
썸머 양이야

고향이...

미시간입니다

그래, 맞아

우리 직원들이야

인사들 나누게

잠깐 실례하겠네

잘 부탁 드려요

세상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바로 여자와 남자다

썸머 핀은 여자다

'165cm'
키는 평균

'55kg'
몸무게도 평균

'25mm'
신발 사이즈, 평균보다 약간 큼

모든 부분을 종합해 볼 때
평범한 여자였지만

뭔가 특별했다

1998년

썸머는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

'벨 앤 세바스찬'의
노래 가사를 적었다

고뇌와 혼돈으로
얼룩진 내 인생

'지역별'
그 결과 미시간 주에서

'벨 앤 세바스찬' 앨범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썸머가 일하던
아이스크림 가게에선

구름처럼 손님이 몰려서
매출이 212% 상승했다

썸머가 계약하려고
점 찍은 아파트는

시세보다 9.2%
저렴하게 거래됐다

썸머의 통근 버스는
승객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이것은 바로
'썸머 효과'였다

성인이 된 남자라면
적어도 한번씩은 이를 경험한다

3백 8십만 시민과
4만 개 사무실이 있는

대도시 남성 톰 한센도
이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운명

'3일째'

저 여자 왕 싸가지래

정말?

파텔이 말 걸었는데
무시했나 봐

정신이 없었겠지

콧대가 겁나게 센
여잔가 봐

젠장

아쉽다
매력 있는데

짜증나!

왜 예쁜 여자들은
사람을 무시할까?

불변의 법칙 같은 거잖아

나도 신경 끌래

멋대로 살라고 해

'4일째'

'스미스'죠?

안녕하세요

그 노래 좋아해요

네?

스미스 노래 좋다고요

취향이 비슷한데요

- 진짜요?
- 네

당신 곁에서 눈 감는 건
최고의 죽음이야

너무 좋아요

맙소사!

'8일째'

'밀리, 약혼 축하해'

여기 있네

- 한잔 드려요?
- 아서, 케이크 먹었어

드실래요?

- 썸머 씨죠?
- 네

- 스미스 팬!
- 톰이에요

한잔 드릴까요?

샴페인은 아닌 것 같던데

좋죠

요즘 어때요?

잘 지내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죠?

토요일에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사는 게 지루해서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죠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요

입사한 지가?

3, 4년쯤 된 것 같아요

카드 문구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나 보죠?

아뇨, 마지못해 하는 걸요

다른 일을 하시죠

사실은 건축가가 꿈이에요

멋지다!
근데 왜 여기 있죠?

취업이 안 됐어요

돈은 벌어야 하니까 입사했죠

소질은 있어요?

글쎄요, 제가 만든 작품이에요

"이젠 너도 성인이다
하늘의 축복이 있길"

히트 쳤어요

건축 일 말이에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좋은 글 만드는
재주는 있나 봐요

고마워요, 대학 때 별명이

'재간둥이 톰'이었어요

전 '미친 결벽녀'였어요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요
남의 것까지...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봐요

'154일째'

잘 모르겠어
한 가지는 확실해

사랑에 빠졌어

아름다운 미소

긴 머리칼
귀여운 무릎

목에 있는
하트 모양 점

섹시하게
입술을 핥는 모습까지

귀여운 웃음 소리

침대에 잠든 모습도
사랑스러워

그녀를 생각하면서 듣는 노래도

그녀가 주는 모든 느낌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한마디로...

세상 사는 맛이 나요

상태 심각하네

'11일째'
썸머는 화가를 좋아해

썸머는 화가를 좋아해

'바나나피쉬' 얘기도
2분 했고!

우린 천생연분이야

첫인상은 별로 였는데
너무 괜찮아

- 퍽이나
- 왜?

그 여자가 오빠랑
취향이 같다고

천생연분이 되는 건 아냐

'승리'
그건 그렇지만

'22일째'
끝났어

뭐가?

- 썸머랑
- 시작은 했었냐?

그럴 뻔했지
하늘이 내 편이었다면

얼른 꿈 깨라

그러게

젠장!

말해봐

- 놀라지 마
- 빨리 말해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탔어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냈어요?

너무 좋았죠

그 말이 믿어지냐?

- 뭔 소리야?
- 나도 모르겠어

그건 짜릿한 밤을
보냈다는 거야

체육관에서 만난
웬 놈팽이랑!

뻔하지!
이제 끝이야

대체 왜 그래?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잖아

- 그 한마디 했다고?
- 다른 말도 했어

"안녕" 대신 "이봐요" 하던?

레즈비언들이 그러잖아

좋아한다고 눈치를 줬거든

비품실 갈 건데
뭐 갖다 줘요?

뭐 필요한지
잘 알 거 같은데요

토너요

네, 갖다 드리죠

'스미스'

나 아무렇지도 않아
이 딴 거 안 먹어도 돼

마음도 편하고
아무렇지 않아

사람들은 모르지만
외로움을...

얕봐선 안 돼

적극적으로 해봐

바보 같은 소리 마

'27일째'

헤드폰 벗어봐

금요일에 가라오케에 가자

싫어

가자!

저 번에 난리 쳐서
못 들어가

사고 안 쳤어

무대에서 토하고
바텐더랑 싸우고

불 지른다고
협박했잖아

결국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아무튼 우린 못 가

그런 게 아냐
회식이라 빠지면 안 돼

미안한데 난 싫어

- 똑똑히 들어!
- 뭘?

회식이라
전 직원이 간다고!

'28일째'

평범한 카우보이처럼

슬픈 노래를 불러요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안 오신다고 하던데

제 얘기를...

노래 진짜 죽인다!

이제 왔어?

- 썸머!
- 제 차례예요

잘 해요

저기...

첫 무대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고마워요

- 고맙다, 건배!
- 그래

골치 아픈 일들
언젠가 해결될 거야

한가롭게
잔디에 누워보자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거야

왜냐하면
내가 있는 곳은

바로 슈가 타운이니까

- 나도 그렇게...
- 그러게요

- 안녕!
- 안녕하세요

우리랑 합석할 줄 몰랐어요

뭐 마실래요?

- 괜찮아요
- 최고예요!

노래를 잘하시던데요

고마워요

'본 투 런' 반주가 없어서요

- 나도 좋아해요
- 저도요

- 톰은 뉴저지 출신이죠
- 진짜요?

네, 12살 때까지
거기 살았어요

고양이 이름도
비슷하게 지었죠

뭔데요?

브루스

말 되네요

애인 있어요?

아뇨

왜요?

귀찮아서요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여자는 자유롭게 살면 안 돼요?

레즈비언이에요?

그건 아니지만

누구 여자친구 되는 건 불편해요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거 싫거든요

이해가 안 되네

그래요?

네

좋아요
솔직히 말하죠

- 말해봐요
- 네

혼자 있는 게 좋아요

남녀가 만나게 되면
누군가 상처를 입죠

왜 그래야 하죠?

우린 젊고 아름다운
도시에 사니까

심각한 건 잠시 미뤄두고
순간을 즐기며 살아야죠

세상에, 진짜 쿨하다!
끝내주지?

잠깐만
그러다 사랑에 빠지면요?

어쩔 거죠?

정말 그런 걸 믿어요?

사랑은 산타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사랑이 뭐죠?

연애는 해봤지만
사랑은 못 해봤는데

그건...

열에 아홉은 이혼해요
우리 부모님처럼

저도 그렇지만...

숙녀분 고집이
대단한 것 같아

고집 부리는 게 아니에요

사랑 같은 건 없어요
환상이죠

당신이 틀렸어요

좋아요
정확히 어디가 틀렸단 거죠?

언젠가 알게 될 거예요
그걸 느꼈을 때

이 정도 선에서 끝내시죠

좋아요!

다음은 누구지?

베르테르 씨
한 곡 부탁해요

아직 덜 취했는데

여기요!

바깥에는 전차가 기다리네

맛있는 스튜도 차려져 있어

뜨거운 불길이 옆에서

얼굴이 파래지도록 떨고 있네

불안한 걸음걸이
난 알아

더럽고 긴 수염
난 알아

바깥에는 전차가 기다리네

신나는 곳으로 데려가 주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드디어 그 남자가 왔네

잘한다!

운명의 사람이 찾아왔어

이 노래죠?

- 아니에요?
- 네

- 그럼 뭐죠?
- 글쎄요

- 비슷한 것도 같고...
- 생각났다!

주말마다 보던 건데

- '전격 Z작전' 맞죠?
- 맞아요!

- 주제가가 좋았죠
- 최고였어요

향수에 시달리겠네

저도요

미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자유로움이 가득한 곳

나는 즐겁게...

최고야!

나도 알아

너 진짜 최고야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기분 죽인다
잠깐만!

- 왜 그래?
- 너 말고

숙녀분!

얘가 반했나 봐요

- 당신 좋아한대요
- 얼른 타!

남자답게 해보라니까!

험한 꼴 보여서 미안해요

만날 저래요

노래만 불렀다 하면...

- 진짜예요?
- 네

가라오케만 오면
이성을 잃죠

그게 아니라...

맥킨지 씨 말고

아까 그 얘기요

무슨?

나 좋아해요?

물론이죠
좋은 분 같아요

친구로요?

네, 친구로요

그냥 친구로요?

그럼요
그런 생각까진 안 해 봤지만

당연히 좋죠
왜요?

그냥 이요
사실은...

재미있는 분 같아서
친구하고 싶어요

친구 할까요?

그럼 앞으로 친구 하죠

그래요
잘 지내봐요

그럼, 전 이쪽으로...

그래, 잘 가

잘 가

'31일째'

안녕

회식 날
진짜 재미있었지?

나쁜 자식!

홀딱 빠졌다던 그 여자야?

무슨...

너한테 눈길도 안 줘서
포기한다며, 그 여자야?

폴!

- 잤어?
- 아냐

- 입으로는 했어? 손으로는 했어?
- 아직

뭔 소리야!
손도 못 잡았어

키스만 했어

솔직히 말해
우린 친구잖아

그 동안 짝사랑 고민
다 들어줬잖아

- 스토커가 따로 없었지!
- 폴!

안녕하세요

전 썸머예요

인사해

폴이에요

폴, 만나서 반가워요

이만 가볼게요
급한 일이 생겨서...

잘 가

나 안 온 거다

잠깐, 톰!

진도 조금이라도 나가면...

빨리 가!

저 녀석은 어릴 적 친구야

아까 그 얘기는...

- 무슨?
- 아냐

나갈까?

응, '손장난' 씨
배고프네

'282일째'

자기야!
싱크대 고장 났나 봐

맙소사!
성한 게 하나도 없잖아

'34일째'
찾는 게 뭐라고?

냄비 받침대

다른 건?

별로

별로?
다른 건 싫어?

집이 최고야!

우리 집
정말 아늑하지 않아?

응

'아메리칸 아이돌' 봐야지

TV 고장 났나 봐!

이런!
배 고파서 기절하겠어

밥 먹으러 가자

냄새 죽인다!

음식이 맛있으니까
냄새가 좋은 거야!

내가 만들었어

독수리 고기!

자기 좋아하잖아

싱크대 고장 났어!

자기야, 걱정 마

그래서 주방 2개 있는
집을 샀잖아

자긴 천재야

침실에서 기다릴게

자기야,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화장실에서 중국인들이
자꾸 쳐다봐

너무 재미있다

너도

고마워

있잖아, 톰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난 가볍게 만나는 게 좋아
진지해지긴 싫어

그래도 괜찮아?

응

황당해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아냐

정말?

응, 별거 아니잖아
편하게 생각해

응

부담 안 가질게

잠깐만

진정하자

똑같은 여자잖아

썸머는 편한 관계를 원해
그래서 침대에 있는 거고

다들 이렇게 만나잖아

좋아
이제 됐어

- 안녕
- 안녕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303일째'

내가 숫자를 확인해 보고
가져 다 줄게

알겠어요

다시 만나기로 한 거야?

노력 중이야

책을 써보던가

뭐라고?

헨리 밀러 왈, 여자 잊는 데는
소설을 쓰는 게 최고래

그치는 나보다
섹스를 많이 했잖아

답장 왔다!

'썸머로부터'

메일 받았어, 이번 주는 바쁜데
다음 주 어때?

이제 좋은 친구 될
준비가 된 거지?

'45일째'

'복사실'

맞아
그 노래야!

네 여자친구 미쳤나 봐

'87일째'
진심이야?

응, 진심이야

장난이지?

아냐, 진짜라니까!

'옥토퍼스 가든'?

비틀즈 노래 중에 최고야

'피기스'라고 하지?

나 링고 스타 좋아해

인기도 없잖아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

그 쪽으로 가지 마

'성인 전용'

이거 재미있겠다

평점도 높은 편이야

'스위트 & 샤워'

저런 건 우리도 하겠다

왜 지금 하자는 건데?

네가 말을 꺼냈잖아

손으로 저 위를 잡아

- 잠깐
- 좋아

3, 2, 1!

'95일째'

길거리 쪽은 별로 볼 게 없지만
위쪽을 봐

'이스턴'

현대미술관이야

여길 디자인한 워커와 아이젠은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야

정말 멋지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여기를 좋아한다고?

바로 이 자리야

이유가 뭔데?

모르겠어
설명하긴 힘들어

말해봐

저기 현대미술관 건물은...

1911년도에 지은 거야

'컨티넨탈'은
LA의 첫 번째 고층 빌딩이고

1904년에 지었지

저건 뭐야?

저쪽?

저건 주차장이야

저쪽도 주차장이고

그래도...

멋진 건물이 많잖아

사람들이 이 곳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

만약에 내가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할 건데?

글쎄, 눈에 잘 띄게 만들겠지

어떤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겠지

보여줘

건축 쪽으론 문외한이거든

그림을 그려 달라고?

- 응
- 종이가 없어

내 팔에 그리면 되지

문신 해준다고 생각해!

그려볼게

좋았어

건물에 통일감을 살리고

여유 공간을 만드는 거야

'109일째'

정리 못해서 엉망이야

괜찮아

톰 한센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은 밤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며

둘 사이를 막고 있던 높은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톰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 여자의 세상으로
한 발짝 들어섰다

그녀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톰 한센을!

- 토네이도 겪어봤어?
- 아니

이빨도 몽땅 빠진 적 없어

난 있는데!

- 진짜?
- 응!

진짜 묘했어
할머니가 된 기분이야

다른 건?

지진

진짜야?

장난이야

가끔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꿔

처음엔 빨리 뛰어가

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그러다 가파른
절벽이 나타나는데

내가 속도를 높이면
발이 붕 뜨면서

하늘을 날아
현실처럼 생생한 느낌이야

자유롭고
편한 느낌이 들어

그 순간 혼자란 걸 깨닫고

잠에서 깨어나

그는 깨닫는다

이런 얘기는
아무나 들을 수 없다는 걸

한 사람만 들을 수 있다는 걸

그는 벽이 무너졌음을 느끼고

또 누구한테 말했는지
궁금해졌다

다음 대답이
톰의 모든 걸 바꿔 놓는다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안 했어

난 '아무나'가 아니잖아

그럼 뭔데?

몰라

남친?

그리 간단한 게 아냐

간단해

진지한 사이냐고?

우린 성인이야

우리 사이를 규정짓긴 싫어
누구 애인이라는 말은 사양하겠어

애들도 아니고

- 너 게이 됐냐?
- 그러게

좋아

먼저 네 마지막 여친
에이미 서스맨이랑은

3시간 만에 헤어졌고

넌 로빈이랑
1998년부터 사귀었지?

- 1997년
- 그래, 1997년

젠장

너희는 우리 사이를
절대로 이해 못해

'118일째'

- 어쩌지?
- 직접 물어봐

왜?

긁어 부스럼 만들긴 싫어

잘 만나고 있는데
괜히 들쑤셔서 헤어지긴 싫어

사랑 고백이랑 똑 같잖아

무슨 뜻인지 알아
나도 션이랑 그랬어

- 션이 누군데?
- 마크 전에 사귀던 애

누구?
아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솔직하게 물어보면 돼
그게 정확해

오빠는 두려운 거야

몇 달의 환상이
물거품이 될까봐

내가 오빠라면
당장 찾아가서 물어볼 거야

짐승 같은 남자랑
바람나기 전에

짐승 같은 남자가 누군데?

운동하다 만나는 그런 남자겠지
브래드 피트 얼굴에 몸짱이고

- 레이첼!
- 잠깐! 아직 안 끝났어요!

별것도 아니잖아!

괜히 쫄지 마

괜찮아?

응

진짜?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지금 우리...
뭐 하는 걸까?

영화 보러 가잖아

그게 아니라 우리가...
뭐 하고 있는 거 같아?

모르겠어

무슨 상관이야?

난 행복해
넌 아냐?

- 행복해
- 그럼 됐어

'259일째'

1964년 런던 여자들
패션이 멋졌어

요즘은 다들 연예인처럼
커다란 선글라스에 문신에

명품 백 들고
개 끌고 다니지

왜 들 그럴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네 스타일이 좋아

발목에 나비 문신할까
생각 중이야

안 돼

아가씨

재미 좋아요?

네

근처 살아요?

네, 멀진 않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시력이 나쁜가 보죠

재미있네요
센스도 있으시고

한잔 살게요

사양해요

이 남자랑 온 거요?

톰이에요

관심 없소

어떤 거 마실래요?

괜찮다니까요

진짜 이 남자랑 왔어요?

저기...

이봐요, 말 조심해요
관심 없다고 했잖아요

그만 자리로
돌아가시죠?

여긴 자유 국가잖소!

저런 찌질이가
좋단 말이야?

뭐 하는 거야?

진짜 미친 짓 했나 봐

나도 모르게
순간 주먹이 나갔어

근데 슬로 모션처럼
보이더라니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대체 왜 그러는데?

이제...
널 못 믿겠어

못 믿는다고?

아까 네 행동은
너무 심했어

그래서 화났어?
널 지켜주려고 그랬어

날 위한 거였어?
나 때문에?

그래

다음엔 사양할게
네 도움 필요 없어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나머진 내일 얘기할래?

아니, 안 되겠어

왜 이러는지 알아야겠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는 그냥...

뭔데?
그냥 뭐?

친구잖아

아냐!
나 갖고 놀 생각 마

더는 안 돼!
이런 게 친구 사이야?

복사실에서 키스하고
손잡고 쇼핑하고

샤워하면서 섹스하고?
말도 안 돼!

널 좋아하지만
심각한 건 싫어

내 의견도 들어봐야 하잖아!

우리 애인 사이 맞거든!

먼저 올라가세요

내가 바보 짓을 했나 봐

뭐가?

너한테 화낸 거!
정말 미안해

썸머, 우리 사이가
뭐라도 상관 없어

하지만 부탁인데
조금만 일관성을 가져봐

알아

이러다 어느 날 아침에
네 마음이 바뀔까봐 너무 불안해

그 약속은 못하겠어

누구도 장담 못해

아팠지?
미안해

아냐, 괜찮아

이러면 어때?

좋아

그녀를 사랑해서
키스한 거야!

그러는 넌?
남자 사귀어봤어?

물론이지!

- 정말?
- 응

그럼 말해봐

- 싫어
- 왜 싫은데?

중요하지 않잖아

난 듣고 싶어

그 말 진심이야?

그래, 난 준비됐어

그렇다면...

고딩 때 사귀었던 마르쿠스

풋볼 선수에 미남형?

아니야
걘 조정 선수였어

정말 허벅지가 튼실했지

대학 때, 잠깐 만났던
찰리란 애도 있어

착한 여자 애였어

시에나 대학 다니던 시절에

페르난도라는 남자랑 만났어

별명이 '퓨마'였어

퓨마?

응, 정력이 대단했거든

그래서...

끝이야?

걔가 마지막이야

그런데 뭣 때문에 헤어졌어?

이유야 뻔하지
인생이 그런 거야

이런 바보 짓은 첨 들어

재미있을 거야
날 믿어, 진심이라니까

내가 먼저 할게

고추!

- 고추!
- 애들 듣잖아

상관하지 마

고추!

- 재미있어?
- 응

퓨마랑 이러고 놀았어?

아니, 만날 방에만 있었어

고추!

정말 죄송해요

- 고추
- 이쪽도 남자예요!

- 고추!
- 고추!

전부 우리를 쳐다보잖아

- 다 했어
- 진짜?

- 응
- 확실하지? 너무 짓궂잖아

이제 안 할게

- 약속해?
- 약속할게

약속해

고추!

'191일째'

너무 난해하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사소한 걸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

- 영화 보러 갈래?
- 좋아

'뱀파이어 거인 상영 중'

'314일째'

그 남자는 파멸했다

그 이상이다, 그는 혼자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슬픔뿐이니까

이제는 고통만 남았다

고통

끝없는 고통

엄청난 고통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

- 고통
- 고통

엄청난 고통만이 남아있다

네 차례야

다음엔 똑바로 해...

다음엔 똑바로 해...멍청아

'끝'

'321일째'

톰, 사장님이 보자고 하세요

그 쪽으로 앉게

요즘 안 좋은 일 있나?

무슨?

누가 돌아가셨거나
아프신 거야?

아뇨

사생활까지 들추긴 싫네만
썸머가 관둔 것과 상관 있나?

누구요?

내 비서 말이야

누구요?

회사에 소문이 파다해

됐네

내가 궁금했던 건

요즘 자네 글들이 조금 이상해서

무슨 말씀이신지...

좋아
지난 주에 자네가 쓴 거야

"장미는 빨강
제비꽃은 보라색"

"이 독한 것아"

밸런타인 데이 문구로는...

절 해고하시게요?

그런 건 아니니까 진정하게

자넨 실력이 좋아

네, 죄송해요

요즘 좀 힘들어서요

그래, 괜찮아
이해할 수 있네

자네가 느끼는 강력한 에너지들을

이쪽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네

조의 카드요?

괴롭고 슬프고 믿음을 잃었을 때
용기를 주는 글!

자네한테 제격이야

좋아

그만 나가보게

감사합니다

고맙네

'우리를 사랑해요'

'167일째'

- 안녕
- 안녕

금요일 작업 끝냈어?

당연하지

좀 도와줄래?
축하 글이 안 떠올라

내가 생각한 건 "최고야"
"잘했어", "힘 내라", 그게 전부야

"네가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오늘은 너의 날이야"

- 죽인다!
- 알아

'종교 & 기념일'

"신나는", 이 단어 어때요?

딱 이네!
신나는 휴일!

1시간 째 고민 중이야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우리를 사랑해요"

'322일째'

그녀를 증오해

울퉁불퉁한 치아

촌스러운 머리

튀어나온 무릎

징그러운
바퀴벌레 같은 점

더럽게 입술을 핥아대고

천박한 웃음도 싫어

이 노래도 싫어!

이봐, 듣기 싫으면
당장 내려

'345일째'
본래 소개팅 안 하는데

폴이랑 로빈이 추천해서요

카드 문구 쓰신 다던데

재미있겠어요

저도 영어 전공했는데
그걸로 뭘 하겠어요?

브라운에 편입했죠

앨리슨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당신 매력 있어요

대놓고 이런 말하긴 미안하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정말 좋아했어요

사랑했죠
근데 뭐죠?

내 얼굴에 똥칠을 하고
떠나가버렸죠

- 말 그대로요
- 정말이에요?

말이 그렇단 거죠!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믿다니 제정신이에요?

결론은...
내가 망쳤어요

한편으론 깨끗이 잊고 싶지만

그녀만이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단 걸
너무 잘 아는 게 문제죠

예전에 연인과 함께했던 때를
다시 떠올리다 보면

이별의 징조를 발견하죠

그럴 땐 둘 중 하나예요

악마 같고
차가운 냉혈한 같은

불쌍한 인간이든가

아니면 감정 없는
로봇이든가

'스몰 원더'의
여자 로봇처럼...

뭐 물어봐도 돼요?

네

그녀가 바람 피운 적 있어요?

절대 없죠

당신을 이용한 적은요?

없어요

대놓고 애인 같은 건
필요 없다던가요?

맞아요

좋은 생각이 있어요

물론 너도 할말이 있겠지

하지만 내 마음은
갈갈이 찢어져

날 지켜준다더니
차갑게 떠났네

잘 가요!
난 괜찮아요

당신은 썸머랑 안 닮았어요

'402일째'

곧 열차가 출발합니다

샌타바버라 행 특급 열차

탑승하세요

- 톰
- 도착했어?

- 아니
- 무슨 소리야?

- 난 안가
- 온다고 했잖아

늙은이만 우글댈 거야

너도 가는 줄 알았잖아

어젯밤에 전화해서
아프다고 뻥 쳤어

난 거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예쁜 영계나 꼬셔 봐

- 끊는다
- 잘 다녀와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LA에서 출발하시는
승객 여러분께서는

티켓을 미리 꺼내주십시오

톰!

썸머!

못 알아보고 지나쳤나 봐

그러게

잘 지냈어?
밀스 결혼식 가?

나도

잘됐네

아는 사이구나

같은 회사에 근무 했잖아

- 그러게
- 좋은 분이셔

맞아

- 어떻게 지내?
- 잘 지내

메일 보냈는데
답장이 없길래...

알아, 미안해

요즘 정신이 없었어
곧 성수기라서...

아직 거기서 일해?

응

커피 마시러 가던 참인데...
너도...

'행복의 건축'이라...

- 응
- 재미있겠다

- 방해 안 할게
- 아니야...

그래
커피 한잔 하자

먼저 가

너무 멋지다

고마워
너도 예뻐

그럼...

고추

안 돼

부부가 됐음을 선언합니다
신부에게 키스해도 좋아요

또 말해봐

너, 코 골아

아냐!

- 맞거든
- 말도 안 돼!

- 진짜야
- 너도 코 골잖아

나야 항상 그렇지

발 냄새도 나!

- 딱 한번이었어!
- 아니, 만날 그랬어

한번이야

그날은 유독 심했고
매일 냄새나

아침에 일어나면
더듬이도 생기잖아

진짜 신기해

너도야
링고 스타 좋아하잖아

당연하지!

- 링고 스타는 최고야
- 링고 스타는...

거위다!

요 녀석!
혼쭐을 내주마!

내가 졌다

꽥꽥!
거위다!

저 멀리서...

나의 사랑이 다가오네요

외롭던 날들은
이젠 끝났어요

인생이란 노래와 같은 것

- 춤 출래?
- 좋아

있잖아...

이번 주 금요일에
파티를 할 건데

우리 집 옥상 정원
전망이 좋거든

시간 되면 놀러 와

그래

요즘 바쁘다며?

괜찮을 거야

- 노래 잘하네
- 그러게

전 운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동창이죠

중1때 같은 반 수업을 들었는데...

서로 첫눈에 반했죠

사랑?

그 딴 거 몰라요

여자만 귀엽고
좋다면야 만나죠

귀여운 여자라면
깜빡 죽거든요

21년 됐어요

집으로 이끄는 등불이죠

네, 우리 카드에 쓴 거예요

제가 쓴 건 아니지만

사실은 사실이죠

이상형의 여자를
찾는다는 건...

뜬구름 잡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헤어 스타일이 좀 다르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면 좋겠지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로빈이 훨씬 나아요

현실이니까요

톰은 부푼 기대를 안고
여자의 아파트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 그의 기대가

반드시 실현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톰의 기대' '현실'

- 왔어?
- 안녕

양복 멋지다

고마워

- 넥타이까지!
- 왔어?

- 잘 지냈어?
- 응, 넌?

좋아

이거...

고마워

'행복의 건축'

고마워

- 안 그래도 되는데...
- 별거 아냐

고마워

- 천만에
- 빨리 읽고 싶다

들어와

톰, 무슨 일 해요?

카드 문구를 씁니다

본래는 건축가가 꿈이었대

신기하다!
어쩌다 마음을 바꿨죠?

글쎄요, 매일 부숴지는
빌딩을 짓느니

평생 기억에 남을
글을 쓰자 싶었죠

뭐?

내가 소개했던가?

'440일째'

'441일째'

'441일 12시간째'

'오렌지 주스'

'잭다니엘'

방을 잡든가!

'442일째'

'아스피린'

젠장

계속 전화했잖아!
괜찮은 거야?

응

- 어떻게 된 거야?
- 말하기 싫어

- 만날 말해줬잖아
- 이건 안 돼

얼른 가자

어딜?

목요일 회의 있잖아

이 카드엔 "힘 내라"

저기엔 "할 수 있다"라고 적었죠

제 고양이 피클스를 모델로
영감을 담아서 만들었죠

좋은 반응이 예상돼요

감사합니다

수고했네

영감이 느껴져

다음은 누군가?

조의 파트가 뜸했지

- 톰?
- 네

겨울 카드 콜렉션
준비됐나?

아니요
준비 못했어요

좋아
다음을 기대하지

맥켄지?

말씀 드릴 게 있는데

뭔가?

고양이 카드 말이에요

말해봐

네, 제 생각엔...

로다, 악의는 없어요
하지만 이건 쓰레기예요

톰

"힘 내", "할 수 있어"

뻔한 얘기잖아요

옥상에서 힘내서 뛰라는 건
고양이한테 죽으란 얘기죠

우리는 거짓말쟁이에요

카드를 사는 건

표현을 못해서가 아니라
카드로 대신 전하려는 거죠

말하기 두려우니까
우리가 그걸 대신하죠

그래선 안 되죠!
여긴 자유 국가잖아요

할 말 있으면 직접 해야죠

이건 뭐죠?
읽어볼까요?

"아기 태어난 걸 축하해"

이건 어때요?
"고생문 열렸구나"

앉아!

이 카드는 커다란 하트를
그려 넣은 거니까

빙고!

"해피 밸런타인 데이
자기야, 사랑해"

멋지죠?
사랑은 위대하다?

저도 그게 궁금해요
사랑이 뭡니까?

아십니까?
아시는 분 계세요?

톰

이런 걸 받으면
씹어 먹겠어요

온갖 카드와 영화
노래 가사에 나오는 얘기들...

모두가 거짓말 투성이에요

우리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린 나쁜 짓을 하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은
직접 말해야 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대신 지껄이면 안 되죠

그럼, 사랑 같은 단어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만둘게요

저 없어도 세상엔
거짓이 넘치니까

'75주년'

'뉴 햄프셔 카드
전 세계에 카드를 보낼 때까지'

'450일째'

다음은 달리기 연습이야

다시 시작한 거야?

그냥 낙서하고 있었어

2초밖에 안 남았어
말해봐, 괜찮아?

응, 괜찮아
최고야

내 친구들이 오빠 멋있대

세상에 널린 게
여자란 말이 맞나 봐

고맙다

근데 쟤들은
너무 어리잖아

그러네

오빠

그 여자가 오빠 운명의
짝이었단 생각은

그저 착각일 뿐이야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도 문제야

다음에 그 여자 생각할 땐
나쁜 기억도 떠올려봐

5시 시작이야

영화 볼래?

모르겠어
아님 집에 가서...

난 영화 보고 싶어

괜찮아?

응

썸머
그냥 영화잖아

별거 아니야
그냥 울고 싶었어

- 진짜?
- 응

'스피아민트' 노래를
몰라주는 세상이라니!

나도 몰라

녹음해 줬잖아

첫 번째 곡이야

그래...

이제 뭐 할까?

그만 들어갈래

저녁 먹을까?
배 고파?

괜찮아?

- 피곤해서 그래
- 알았어

생각났어!

팬케이크 먹자!

'456 - 476일'

'친환경 건축'

'즉각적인 보복'

'브라울리 건축 회사
프롭스트 건축 회사'

'팰리스'

'488일째'

톰!

여기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이후로
여길 좋아하게 됐거든

결혼 축하한다는
말부터 해야겠네

진심이라면

그렇다면...
관둘게

괜찮은 거야?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너 혹시...

양복 멋지다

고마워

세련돼 보여!

너도야

고마워

회사 관뒀어

정말?
몰랐네, 잘됐다!

그러는 넌...

결혼했잖아

맞아, 미친 짓이지

- 그날...
- 그러게

결혼식에서 춤췄을 때
귀띔해주지

청혼 받기 전이었어

- 사귀고 있었잖아
- 응

그런데 왜 나랑 춤췄어?

그러고 싶어서

그냥 춤을 추고 싶었구나?

애인도 싫다더니
이젠 유부녀가 됐네

나도 놀랐어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됐어

그게 이해가 안 돼
어떻게 된 거야?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깨달았어

그게 뭔데?

너랑 만날 땐 몰랐던 걸...

내가 화나는 건...

네가 말했던 게
전부 옳았다는 거야

그게 화나

무슨 말이야?

운명이니 반쪽이니
진정한 사랑 같은 거...

동화 속에나 나오는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네 말을 들을 걸 그랬어

아냐

뭐가?
왜 웃어?

- 톰
- 왜 그래?

왜 그렇게 쳐다봐?

그게 말이지 사실은...

내가 식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책 내용을 물었어

그이가 내 남편이야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러 갔더라면?

다른 식당에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1분만 늦게
식당에 갔다면?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던 거야

그때 생각했지
네 말이 옳았구나

그렇지 않아

네가 옳았다는 걸

알게 됐어

단지 내가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 거야

이만 가볼게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썸머!

행복하게 잘 살아

'500일째'

일년이라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영원한 기억도 없이 남남이 된다

무의미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다가

5월 23일
수요일이 됐다

면접 보러 오셨어요?

네?

오늘 면접 보러 오셨어요?

네, 그 쪽도요?

네

제 경쟁자군요

그러게요

이거 기분이 묘한데요

그러게요

당신이 면접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도 그래요

우리 구면인가요?

글쎄요
아닐 걸요

'안젤루스 플라자' 아세요?

네, 제일 좋아하는 곳인 걸요

맞아요, 주차장만 빼면...

네, 맞아요

그렇죠
거기서 봤군요

- 정말이요?
- 네

전 못 봤는데

주위를 안 보셨나 보죠

톰이 배운 게 있다면

누구도 위대한 우주의 이치를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연!
그것은 우주의 이치다

그보다 위대한 건 없다

- 톰 한센 씨?
- 네

- 이쪽으로 오시죠
- 고맙습니다

톰은 기적은 없다는 걸 배웠다

운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는 깨달았고
이제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잠깐...
잠시만요

톰은 확신이 생겼다

저기요

또 오셨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면접 끝나고...

커피 한잔 할래요?

죄송해요
선약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네?

마셔요

좋아요, 그럼...
기다리죠

- 이따 봐요
- 그래요

- 톰이에요
- 반가워요

전 '가을'이에요

'1일째'